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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기업 중 한곳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계속 지켜보던 종목이다.

 

 솔루엠은 삼성전기에서 분사해서 나온 회사로 올해 상장한 새내기 종목이다. 주력 사업은 TV의 파워서플라이와 3IN1 보드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오래되었고 성장의 한계가 있는 사업이라 대부분의 주주들은 ESL 전자가격 표시기 시장에서의 솔루엠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을 것이다. 시장에서 ESL 사업부의 성장성에 대한 스토리가 어느정도 통했는지 유통 물량이 많은 신규 상장주임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고 상승을 이어갔었다.

 

 하지만, 오늘 연휴 직전인 금요일 오후 솔루엠의 실적공시가 나오면서 주가가 26,800원으로 10%넘게 급락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약세를 이어갔는데 주주들이 기분 나쁜점은 보호예수 끝나자마자 내부자가 일부 지분을 매도한 점일 것이다. 장 막판에 공시가 나오다보니 투매성 매물이 나왔고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일시적인 실적하락이라는 의견과 당장 매도가 정답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때문에 논란이 되던 공시 숫자를 찾아봤다.

 

우선 재무제표부터 살펴보면

 

 실적과 이익이 성장하리라던 컨세서스와는 달리 매출은 1분기 실적과 유사한 2,300억대고 이익이 123억에서 36억으로 98억이나 줄었다. 특이한 점은 매출총이익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판관비 95억이나 크게 증가했다.

 

솔루엠 2021년 2분기 판관비 상세를 보면 총액 95억 증가에는 급여 38억, 품질보증비 22억, 지급수수료 13억, 운반비가 9억이 증가했다.

 

 

인건비 증가는 개별법인의 증가가 아닌 종속회사인 해외현지법인의 연결 숫자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법인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기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해외 공장가동 시작에 따른 비용증가라고 회사가 설명하는데 2분기 해외법인 인수내역도 없는데 증가율이 지나치게 가파르다. 보통 가동과 동시에 올라가야 정상인데, 회사에서 발표한 생산능력은 늘지 않았다. (그나마 나은점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ESL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해외현지 공장의 캐파와 비용의 규모에 대한 내용을 회사에서 주주들에게 납득가능하게 설명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지급수수료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는데 일회성 비용인지 어떤 라인에서 발생한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품질보증비는 숫자를 봐도 이해를 못하겠다. 반기에 30억 발생한 것은 이해가 가는데 1분기 실적이 4억밖에 계상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1분기에도 충당부채 전입액이 19억이 었으므로 비슷한 규모의 품질보증비를 인식했어야 했는데 현재로서는 1분기에 적게 인식했고 미인식분을 2분기에 누적해서 많이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에서 눈에 띄는것은 단연 재고액의 증가다. 재고액이 천억이나 늘었다.

 

 

 

 

 판매부진으로 제품 재고액 자체가 증가한 면이 있겠지만 원재료의 단가 인상(재고단가 상승)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는데 재고가 이만큼 늘었다는 것은 회사가 예상한 판매액 성장보다 얼마나 부진했는가 보여준다. (또는 예측과 대응과정에서 큰 실수가 있었거나)

 

 또한, 파운드리 부분의 쇼티지 때문에도 원재료 재고액을 미리 크게 늘린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재고액의 증가로 영업현금흐름이 완전히 망가졌고 숫자상 흐름은 최악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병목이 있음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재고액 절대금액 자체는 크게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이 추세가 일시적인지에 따라 향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것이다. 3분기부터 기대했던대로 수요회복이 되지 않고, 판매가에 전가되지 않는다면 최근 공격적으로 늘려놓은 고정비 때문에 실적은 최악으로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솔루엠 재고 증감액 비교

 

매출 부문을 자세히 보자면

 

 전자부품 부문은 영업이익이 98%나 줄었다. 매입단가는 크게 상승하고 판매단가는 하락하는데 마진을 겨우 남을정도로만 운영했음을 보여준다. 삼성향 매출이 많은데 이정도 하락을 예상했던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핵심은 ESL 사업부인 ICT쪽에 있다. 솔루엠을 투자하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주목했던 ESL에서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이 반토막이 났다. 이쪽 영역도 매입단가는 올라가고 판매단가는 줄어들어 영업손익이 줄어든 영향도 물론 있다. 하지만 공시내용으로만 판단한다면 1분기 대비해서 판매단가만 5% 하락했을 뿐 매입단가도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매출은 심지어 19.2%증가 했는데도 레버리지 효과가 아니라 이익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위에서 증가한 판관비의 대부분이 ICT영역에서 발생한 것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물론 회사의 주석 내용이 맞다면...) 그렇다면 해외 현지법인의 공장에서 ESL(ICT)의 가동률이 94%까지 올라왔으므로 증설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인원충원(제조가 아닌 판관비의 급여가 이렇게 많이 증가한 것은 여전히 의문.. 아래 결론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회사가 일부러 판관으로 분류했을 가능성도 있다.)과 원부재료의 대량 매입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영업이익의 감소가 캐파 증설때문으로 발생한 일시적인 것이었다면 ESL 부문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수주잔량이 많고 회사는 더욱 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솔루엠 사업부문별 매출과 이익. 공시 바탕으로 분기별 편집했다.

 

21년 1분기 판매/ 매입단가 공시

TV용 SMPS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0% 하락하였으며, TV용 3IN1보드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6.5% 하락, ESL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2.0% 상승하였습니다.

반도체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10.0% 상승하였으며, 자성체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동일, EPD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5.0% 상승하였습니다. 

 

21년 반기 판매/ 매입단가 공시

TV용 SMPS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7.3% 하락하였으며, TV용 3IN1보드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3.6% 하락, ESL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3.0% 하락하였습니다.

 -> 반기임을 감안하면 SMPS과 ESL 평균판매가격은 더욱 크게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90.0% 상승하였으며, 자성체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15.0% 상승, EPD의 평균매입단가는 전년 대비 5.0% 상승하였습니다.

 

가동률 변화

 

 

 

공시를 바탕으로 생각본 점은 아래와 같다.

 

1. 전자부품(3in1) 부문의 판가하락과 원재료 매입가 상승 -> 전 후방 업체 모두에 부실한 가격협상력을 드러냄

 이 추세가 지속되면 회사 전체 실적이 적자전환되고 재고상태 증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악순환 가능성도 있다. 특히 파운드리 반도체부품 매입으로 인한 쇼티지가 하반기에도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한동안 실적은 바닥을 길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드러난것은 삼성향 매출의 가격협상력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방 산업으로의 가격전가를 할 수 있을지가 실적유지의 핵심이다.

 

2. ESL부문은 예상했던대로 견조한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 -> ESL패널 확보 차질여부 확인필요

 ESL부문은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성장세가 견조한 것은 다행이다. 수주도 양호하고 가동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캐파증설도 적극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ESL패널 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히 핵심일 것 같다. 만약 고정비를 크게 늘려놨는데 핵심 부품 수급이 어렵다면 실적은 나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3. 내부자 지분매도와 이해 안가는 공시숫자, 잉여금 전환결의 어떤 의도?? -> 지배력 확대를 위한 수단이 될 수도

 보호예수가 풀린 8월 2일부터 내부자들이 지분매각 공시가 나왔다. 실적이 좋지않게 나올지 이미 알고서 매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공개정보 이용하여 이런 지분매각은 소액주주들은 당연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회사의 공시내용 중 몇 가지 숫자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품질보증비가 1분기에 적게 인식하고 2분기에 누적해서 많이 인식했다. 품질보증비 같이 충당부채와 연계된 비용은 회사가 손쉽게 기간 손익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자산총액 1조원 이하의 기업은 분기에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점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업황이 좋지않아 보이는데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정비를 늘리고 판관비가 결과적으로 늘어 실적과 현금이 망가졌다. 또한, 비정상적인 판관비 증가는 공장증설 관련 비용 중 어중간한 비용을 죄다 판매관리비로 계상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증설비용을 매출원가화 시켰다면 제품원가에 포함되어 비용이 나중에 인식되지만 판매관리비는 당기인식하므로 당기에는 손익을 악화시키고 장기에는 이익이 개선된다.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다면 이렇게 해야할 유인이 있을까? 1분기 실적을 좋게 보여야 하고 2분시 실적을 망가뜨려야 한다면 이런 행태가 이해가 가는데 현재로선 그럴만한 유인은 아래 이유 말고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솔루엠은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정성호의 지분율이 13.7%로 낮은 편이다. 삼성전기의 9.3%의 우호지분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든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대표이사에게 저렴하게 부여된 신주인수권도 지배력을 높이는데 일조했지만 15억 밖에 잔량이 남지 않았다. 지분을 매각할 수도 없는게 대주주의 지분은 3년동안 보호예수 되어있다. 단기적으로 매각이나 승계할 것 같지는 않아 실적을 조정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회사는 최근 주발초를 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임시주총을 열 예정인데 자본잉여금 천억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겠다는 안건을 제출했다.

 짧은 소견으로는 2분기 실적공시로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면 회사가 자기주식 매입하거나, 대주주가 장내 또는 블록딜을 통해 대량 매입하고 우선 매입 재원은 주식담보대출등을 이용한 뒤 반기 배당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려고 할 수도 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ESL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에 코로나와 대규모 투자로 실적이 하락했을 때를 기회삼아 지배력을 높이고자 했을 수도 있다. 물론 뇌피셜이고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기가 3분기 이후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각자 판단하길 바란다.

 

 어찌됐건 투자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종류의 회사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라면 기업분석을 통해 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기다림을 통해 수익을 내는 투자자일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보다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실적이나 공시, 지분거래를 통해 예상하지 못하게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현재 보유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상심이 크겠지만 향 후 진행상황을 면밀히 지켜본다면 오히려 뜻밖의 투자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계속해서 솔루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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